Story
여성 테스토스테론 처방 급증... 허가 제품 부재로 약국서 '혼란'

미국에서 갱년기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요법을 찾는 여성이 급증하면서, 약국에서 처방전 조제가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여성용으로 승인된 테스토스테론 제품이 없어 의사들이 남성용 제품을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을 위해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트루베타(Truvet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처방률은 146% 급증해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제약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급증하는 '오프라벨' 처방의 배경
여성 테스토스테론 처방 증가는 주로 갱년기와 관련된 성욕 저하 장애 치료를 위한 것이다. 이는 현재 의학계 가이드라인이 효능을 인정하는 유일한 적응증이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나 근력 저하와 같은 다른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 여성 건강 센터장이자 북미폐경학회(The Menopause Society) 의료 책임자인 스테파니 포비언 박사는 "여성의 근육량, 골밀도, 기분 개선 등에 테스토스테론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소셜 미디어 등에서 홍보되는 효능은 실제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약국 조제 거부와 시장의 공백
Ad여성용으로 승인된 제품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남성용으로 출시된 고용량 제품을 처방받아 직접 소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약사들은 정확한 용량 조절과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로 처방 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 CVS, 월그린스 등 주요 약국 체인에서 조제가 거부되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맞춤형 조제가 가능한 '복합 조제 약국'을 이용해야 하지만, 비용이 훨씬 비싸다. 일반 약국에서 할인 후 약 30달러인 10개월 치 처방이 복합 조제 약국에서는 3개월 치에 약 100달러에 달하며, 대부분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규제 당국과 제약업계의 움직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사용에 대한 증거를 검토하기 위해 공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FDA 대변인은 "오프라벨 사용은 안전성, 효능, 복용량에 대해 기관의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재 30개 이상의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되어 있다. 마리우스 파마슈티컬스(Marius Pharmaceuticals)와 아비바 바이오(Aviva Bio) 등이 여성용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신시아 스턴켈 임상 교수는 "FDA가 여성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테스토스테론 제품 평가를 우선시한다면, 의사와 환자 모두가 더 확신을 갖고 치료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