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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경기 바로미터'에서 '투기장'으로 변한 한국 증시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베팅이 한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한때 글로벌 성장의 신뢰할 만한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코스피(KOSPI)는 이제 극심한 변동성으로 규제 당국과 투자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펀더멘털과 괴리된 시장
최근 한국 증시는 역사적 동인들과 완전히 분리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발생한 코스피 서킷브레이커(지수가 1분 이상 8% 넘게 하락 시 발동)는 역대 전체 발생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변동성이 폭발했다.
CLSA의 알렉산더 레드먼 수석 주식 전략가는 "지수가 한국의 모든 역사적 동인과 탈동조화됐다"며 "과거 한국은 전략가들에게 진입과 청산 시점을 잡기 쉬운 시장이었지만, 이제 그 관계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요인은 펀더멘털이 아닌, 단일 종목 레버리지 펀드로 몰리는 자금 흐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AI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러한 투자의 중심에 있으며, 두 종목은 현재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시장이 미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버리지 ETF와 개인 투자자
이러한 변동성의 중심에는 막대한 규모의 차입금과 고도로 집중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이번 주 기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4조 3700억 원(230억 달러)에 달한다.
Ad특히 홍콩에 상장된 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펀드의 자산은 연초 이후 20배 이상 급증해 77억 8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아문디의 플로리안 네토 아시아 투자 책임자는 "일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 주식 평균 거래량의 4배에 달하는 거래를 보이기도 한다"며 "이는 우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의 대응과 시장 전망
과도한 투기 열풍에 금융 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당국은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 신규 단일 종목 레버리지 펀드 출시 금지
- 8월 5일부터 국내외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에 필요한 최소 예탁금을 기존의 3배인 3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알퀴티의 마이크 셀 글로벌 신흥시장 주식 책임자는 "최근 한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비정상적이었다"며 "펀더멘털에 다시 집중하게 만드는 조치들은 환영할 만하며, 합리성으로의 회귀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윌슨 자산운용의 데미안 보이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전 세계 모든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옳다"며 "실적 성장이 계속되고 레버리지가 승리해 한국 주식이 급등하는 것이 강세론의 시나리오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