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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채 금리 탈동조화 심화…재정 격차가 '숨은 리스크'로 부상

유럽 국채 시장에서 주요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심화하며 금융 시장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서유럽 주요국의 차입 비용이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향하는 반면, 남유럽 국가들의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유럽-남유럽 금리 격차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미 2023년 고점을 넘어 2007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같은 유로존에 속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2023년 고점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단일 통화 정책 아래에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금리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8%를 상회하면서도 아직 2023년 고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과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정 건전성이 가른 희비
이러한 탈동조화의 핵심 원인으로는 각국의 '재정 상황'이 꼽힌다.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전망치가 양측의 금리 향방을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Ad- 독일·프랑스: 국방 및 인프라 지출 확대로 인해 내년 재정 적자가 GDP의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스페인·이탈리아: 재정 적자 규모를 GDP의 2%~3% 수준으로 관리하며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 기준선인 3% 이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독일은 국방비 증액과 인프라 투자를 위한 국채 발행을 늘릴 예정이며, 프랑스는 정치적 반발로 인해 긴축 재정 정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부채 위기 데자뷔?…"경기 침체가 진짜 시험대"
현재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회원국의 국채 금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던 2011년 유로존 국가 부채 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KB증권은 금리 스프레드(격차)가 아직 비교적 좁은 수준이어서 즉각적인 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향후 경기 침체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성장기에는 투자자들이 각국의 재정 취약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경기가 둔화하면 시장은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 취약점을 재평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2011년 위기 역시 경기 둔화가 시작된 후 본격화된 바 있어, 차기 경기 하강 국면이 유럽 시장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