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페루, 후지모리 대통령 취임...중남미 우경화 흐름 가속

Summary
게이코 후지모리가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며,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둔화에 직면한 중남미의 보수화 경향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분열된 의회 속에서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정치적 안정성 확보 능력을 주목하고 있다.
게이코 후지모리(51)가 28일(현지시간) 페루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그는 페루 역사상 최초의 선출직 여성 국가원수가 되었으며, 이는 범죄, 경제 성장 둔화, 정치적 불안정에 지친 유권자들이 보수 지도자를 선택하는 최근 중남미의 뚜렷한 우경화 흐름에 합류하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그의 집권은 페루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논쟁적인 정치 가문의 귀환을 의미한다. 페루는 2016년 이후 10번째 대통령을 맞이할 정도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으며, 지난 10년간 5년 임기를 모두 마친 지도자가 없었다.
분열된 의회와 정치적 과제
후지모리 대통령은 지난 6월 결선 투표에서 좌파 성향의 로베르토 산체스 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산체스 의원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의회 내 좌파 야권 연대를 이끌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취임식에 맞춰 반대 시위도 예정되어 있어 새 정부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민중의 힘'은 30년 만에 부활한 양원제 의회에서 최대 소수 정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26일 열린 의장단 선거에서 여권 연합은 상원 의장직을 확보한 반면, 야권이 하원 의장직을 차지해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페루의 정치 분석가 제프리 라진스키는 "밀월 기간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녀를 불신하는 광범위한 국민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동시에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분석했다.
Ad경제 전망과 대외 정책
페루 경제는 수년간의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구리 수출에 힘입어 중남미에서 비교적 견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중앙은행은 최근 내수 및 투자 개선을 이유로 2026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어획량 급감과 농산물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며 기후 관련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중앙은행 이사 출신인 엘메르 쿠바를 경제부 장관으로, 전직 대선 후보이자 리마 주재 미국 대사관 근무 경력이 있는 카를로스 에스파를 외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는 시장 친화적이고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상당한 협력 공간"이 있다며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이니셔티브인 '미주 방패(Shield of the Americas)'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이는 주요 구리 및 핵심 광물 생산국이자 전략적 태평양 항구를 보유한 페루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력과 맞물려 있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칠레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등 최근 중남미에서 선출된 우파 성향 지도자들이 취임식에 참석해 역내 정치 지형 변화를 실감케 했다.